한미 미세한 입장차, 반도체 중국 압박 놓고 딜레마

김상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10-14 17: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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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화웨이 배제' 거듭 요청…정부 "민간이 결정할 문제"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 개최…미, '클린 네트워크' 정책 설명

反中 경제블록 언급은 없어 다행

▲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반도체에 대한 압력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화웨이에 대한 본격 규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5세대(5G) 이동통신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이 한국에 화웨이 등 중국 정보기술(IT)업체 제품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거듭 요청한 것.

 

이에 대해 정부는 민간 영역의 특정 제품 사용에는 관여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피력하면서도 미국과 5G 기술의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협상의 틀은 끌고자는 것이다.

 

외교부는 14일 이태호 2차관과 키이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제5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를 화상으로 개최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양측은 경제안보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미국이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클린 네트워크(Clean Network)를 비중 있게 논의했다.

 

클린 네트워크는 5G 통신망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해저 케이블, 클라우드 컴퓨터 등에서 화웨이와 ZTE 등 미국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중국 기업 제품을 배제하려는 정책으로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국무부는 이 정책을 "시민의 사생활과 기업의 가장 민감한 정보를 포함한 국가 자산을 중국 공산당 같은 악의적인 이들의 공격적인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포괄적 접근"으로 설명한다.

 

국무부는 홈페이지에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국가 명단을 올렸으며,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기로 한 31'깨끗한 통신업체' 중 한국 기업으로 SKTKT를 명시했다. 미국은 LG유플러스에 대해서는 화웨이 제품 사용 중단을 촉구해왔다.

 

LG유플러스 등 국내 기업 영향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고민

 

이에 대해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클린 네트워크에 대한 미측의 기존 입장을 제기했고, 우리도 우리 기본 입장을 이야기했다""다만 구체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배제한다든가 (미국이 우리한테) 무엇을 배제하라는 협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것은 양측의 입장 차이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어 "우리 이동통신 사업자가 특정 업체를 사용하느냐 안 하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관계 법령상 민간 기업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우리 이동통신시장에서 사용되는 5G의 보안상 우려에 대해서는 미측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면서 미측의 우려를 듣고 기술적인 사항에 대해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LG유플러스를 비롯한 민간업체의 화웨이 제품 사용에는 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설명했다. 다만 백도어를 통한 정보 유출 등 5G 기술에 대한 보안 우려는 미중 갈등과 무관하게 해소해야 할 부분이라 현재 5G 보안성 확보를 위한 관계 부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대한 설명도 있었지만, 구체적인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제한하는 이 제재로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 상태이며, 정부는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번에 미국이 지난 625일 국장급 준비회의에서 언급한 경제번영네트워크(EPN)는 이번 본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미국은 EPN을 반()중국 경제블록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상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고 최근에는 당국자들의 관련 언급도 거의 없어 구상 단계에 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밖에 회의에서는 외국 기업이 미국이나 한국에 투자할 때 기업 인수 등을 통해 민감한 기술이 이전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양국 제도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물품 확보 어려움으로 그 취약성이 드러난 글로벌 공급망을 보완하는 문제도 논의됐다.

과학기술 및 에너지 협력, 한국의 신남방 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연계 협력 확대 방안, 정보통신기술(ICT)과 신흥기술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여성의 경제적 역량강화도 주요 의제로 논의됐으며, 양측은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여성 인적 교류, 여성 기업인 간 상설 네트워킹 포럼 설립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긴밀한 파트너십 강조한 미국, 눈치가 보이는 한국

 

양측은 신남방 정책과 인태전략 연계에서 특히 개발, 인프라, 에너지 자원 등 분야의 진전을 평가했으며, 오는 22일 제4차 한미 민관합동경제포럼을 열러 관련 의제를 계속 발굴하기로 했다. 또 양국은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의 회복을 위해 한미 간 경제협력 파트너십 제고가 긴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미 경제협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 듯 미측에서는 에너지자원 대사, 무역정책협상 부차관보, 동아태 부차관보 등 역대 최대 규모인 40여명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그만큼 이 문제에 대한 한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강력한 압박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계속 해서 거절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일단 미국 대통령 재선 판도를 알 때까지는 관망세를 유지하겠다는 방법이다. 그만큼 수뇌부의 교체가 가능성이 생겼다는 해석도 가능한데 그렇지 않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가정한 정부내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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