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화웨이 공급중단에 ARM 매각까지

설은주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6 09: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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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바이어 잃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4분기 실적 악화 우려

업계 대책 마련 부심, 어디로 튈지 예측 불가

 

현대판 고래싸움에서도 새우등이 터질까? 터질 것 같다는 것이 반도체 업계의 반응이다.

반도체 시장이 글로벌 정세 및 시장 변화로 격랑에 휩싸였다.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가 15일부터 시작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당장 화웨이라는 거대 고객을 잃게 됐다.

 

또한 화웨이의 거래 중단만큼이나 충격적인 사건은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인수 합병인 세계 1위 그래픽 칩 회사인 엔디비아가 세계 1위 반도체 설계 회사인 ARM47조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ARM은 반도체 설계도를 만들어 삼성, 애플 같은 곳에 파는 회사인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95%ARM 설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4분기 실적 악화 우려...일부선 낙관론도

 

1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이날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못 하게 됐다.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한 세계의 전 반도체 기업은 미국 상무부의 사전 허가 없이 화웨이에 제품을 팔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당장 4분기 실적 악화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서버용 D램 고정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화웨이라는 대형 고객이 사라지면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번 제재 대상은 D, 낸드플래시 등 매출 비중이 큰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도 모두 포함돼 파장은 더 크다.

 

반도체 업계는 기본적으로 '시장'이 존재하는 만큼 화웨이를 대체할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의 다른 스마트폰 생산 업체 등에 반사이익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화웨이가 미 제재에 앞서 3분기까지 '입도선매'한 반도체 재고가 최소 6개월 치 분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화웨이의 재고가 모두 소진돼 스마트폰이 중단될 때까지는 대체 매출처로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지난해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삼성전자는 3.2%(73000억원), SK하이닉스는 11.4%(3조원) 정도로, 이번 화웨이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연간 10조원의 시장이 날아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웨이의 재고에 따라 다르겠지만 짧으면 4분기, 길면 내년 1분기까지도 화웨이 물량 감소로 인한 영향이 미칠 수 있다""단기적으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연관 사업도 화웨이 물량 중단에 고심하고 있다.

 

당장 화웨이에 스마트폰용을 비롯한 OLED 패널을 공급해온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등 디스플레이 업체도 이번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에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칩(드라이브 IC)이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패널을 통째로 납품할 수 없다.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삼성전기가 화웨이에 납품하는 MLCC 물량은 소량으로 알려졌으며 오히려 오포, 비보, 샤오미 등 화웨이의 경쟁사에 대한 물량이 많아 반사이익도 기대하고 있다.

 

·중 무역 분쟁에 손발이 묶인 반도체 업계는 양국의 반응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일단 미국 정부에 화웨이에 대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공급 승인(라이선스)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LG디스플레이도 이날 미국에 공급 승인을 신청했다.

 

그러나 미국이 공개적으로 중국 화웨이 죽이기에 나선 만큼 당분간 승인이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체 매출처를 찾기 위해 오포, 비보, 샤오미 등과도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생산을 중단하더라도 다른 기업이 화웨이의 자리를 대신해 판매량이 늘 것에 대비한 것이다. 다만 미국이 화웨이 외에 이들 기업으로 제재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세기의 인수 합병, ARM과 엔디비아

 

이런 가운데 GPU(그래픽처리장치) 최강자인 미국의 엔비디아가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인 영국 ARM 인수에 성공할 경우 반도체 업계는 또다른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공급 업체들이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가 아닌 이상 ARM의 설계도를 이용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 시리즈를 자체 생산하는 삼성전자는 ARM의 기본 설계를 바탕으로 자체 기술을 덧붙이는 최적화 과정을 거쳐 제품을 내놓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ARM이 엔비디아에 인수된 뒤 설계도 라이선스 비용을 급격히 올리거나, 설계도 공급을 중단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갈 경우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한다.

 

엔비디아가 모바일 AP 시장에 진출하면 퀄컴, 삼성전자의 경쟁사로 부상한다. 반도체 업계의 거대 지각변동이 불가피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연수익 2조원짜리 ARM47조원에 사겠다는 이유는 GPU 시장을 뛰어넘어 AI(인공지능)와 사물인터넷(IoT), CPU(중앙처리장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계획이 깔린 것 아니겠느냐"라며 "계약 성사 여부에 따라 반도체 시장에 대변혁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나 영국 등에서 독점 규제 관련 기업결합 승인을 해주지 않을 가능성도 커 인수과정이 녹록지 않을 전망도 많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2016년 퀄컴은 470억달러에 NXP 인수를 시도했으나, 중국의 승인 거부로 결국 무산된 바 있다"라며 "반도체라는 산업 특성상 국가와 기업간 전략적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 딜 클로징까지 험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일종의 공공재인 반도체 설계도가 엔디비아에 넘어가 가격이 상승하거나 혹은 이러한 원천 기술을 사용해 모바일 AP에 진출한다면 삼성전자와 직접 경쟁 구도를 갖게 되고 시장 불확실성은 더욱 증대하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수출 분야의 전문가들은 반도체 시장이 현재처럼 D-RAM 위주로 가면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갖게 된다면서 결국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스템 반도체로 방향을 전환하는 방식이 가장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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