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젊은 피로 위기 돌파"...임원 확 줄이고 확 바꿨다

손경숙 기자 / 기사승인 : 2020-11-27 09: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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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신 여부 주목…신동빈의 '뉴롯데' 가속

지주사·계열사 CEO ‘50대’ 전면 배치

▲소공동 롯데백화점 전경. [제공=롯데그룹]

 

젊다는 것은 두려움이 없다는 것과 통한다. 원로급의 경영진은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것을 원하는 법이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보수와 안정보다 패기와 도전을 택했다특히 롯데그룹이 26일 단행한 임원 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와 조직 슬림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그룹의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다인적 쇄신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성과를 낼지가 관심사다.

 

올해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냈다지난 2분기 유통과 화학 부문 영업이익이 각각 98.5%90.5% 추락했다. 3분기에는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모두 어려웠지만 경쟁사에 진 것을 용서하기 어렵다

 

신동빈 회장의 속내일 것이 분명하다. 특히 롯데 계열사 실적이 다른 경쟁업체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좋지 않다는 점에서 내부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롯데푸드와 롯데칠성음료, 롯데지알에스 등 식품 계열사 대표를 포함해 13개 계열사 대표가 교체된 점이 이를 보여준다. 신 회장의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프라인 영업 위주의 롯데그룹이 시장 변화를 재빨리 읽지 못해 대처도 제대로 못 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롯데온의 출발이 너무 늦어 시장을 경쟁사에 내줘버렸다는 안타까움이 묻어 나온다.

 

유통 분야에서 온라인 전환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도 롯데는 올해 4월에야 뒤늦게 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을 출범시키는 등 더딘 행보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다른 대기업 그룹보다 늦었지만 '젊은 피'를 수혈해 활로는 모색하겠다는 것이 신 회장의 구상이다. 안정을 버리고 도전을 시도하라는 주문이다.

 

이는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내정자를 비롯해 50대 초반을 CEO로 대거 발탁한 데서 알 수 있다.

 

젊고 패기있게, 슬림화로 유연하게

 

조직도 슬림화했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임원 수를 작년 대비 80% 수준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전체적인 임원 수가 600여명 선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120명가량이 줄어든 것이다

 

임원 직급 단계는 기존 6단계에서 5단계로 줄이고 직급별 승진 연한도 축소하거나 폐지했다.

 

부사장 직급의 경우 3년이던 승진 연한이 폐지되면서 1년 만에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게 됐다. '상무보A''상무보B' 직급은 '상무보'로 통합했다. 지금까지는 신임 임원이 사장으로 승진하려면 13년이 걸렸지만, 직제 개편으로 최소 7년만 지나면 사장이 될 수 있게 됐다.

 

성과에 바탕을 둔 승진과 인적 쇄신의 길을 넓힌 것으로, 조직에 긴장감도 불어넣으려는 포석이다. 7년만에 사장을 달 수 있다면 도전할 팀장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여기에 지난 1월 신격호 전 총괄회장 별세 이후 처음인 대규모 임원 인사를 통해 신동빈 회장 체제가 더욱 확고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인사가 신 회장이 본인만의 색깔을 더한 첫 번째 인사였다면 황각규 전 부회장이 물러난 지난 8월 인사는 미래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후속 인사로 볼 수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종결판' 성격이라고 평가했다재계 관계자들은 신동빈 회장이 겉으로는 아무 말 안 해도 이번 인사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다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것은 싹 바꿨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는 말로 요약된다는 것이다. 롯데의 젊은 피들이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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