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 CVC 보유에 적절한 제약 필요하다

설은주 기자 / 기사승인 : 2020-06-19 08: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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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편법승계 악용 우려 있다”

국회 업무보고 자료에서 문제점 지적하며 우려 공식화

업계, 또 하나의 규제가 되지 않아야...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주도 벤처 캐피탈 CVC 활성화 토론회' 참석자들. [출처=연합뉴스]

 

CVC가 뭐길래 이렇게 재계와 공정위가 사사건건 부딪힐까? CVC는 대기업이 출자한 벤처캐피털(VC)을 뜻한다. 미국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벤처 캐피털의 일종이다. 창업기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모기업의 인프라를 제공해 창업기업이 성장 기반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 벤처캐피털의 특징은 모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보탬이 되도록 투자 포트폴리오를 짠다는 게 일반 벤처 캐피털과의 차이점이다

 

대기업이 CVC를 별도로 두는 이유는 인수합병(M&A) 후보군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VC 활동을 통해 우량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현황을 점검하다가 사업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투자를 개시한다. 

 

그런데 왜 정부나 입법부가 이렇게 규제를 못해 난리일까? 개중에 일부 대기업 총수의 사익이 끼어들까 염려하는 것이다.

 

대기업 총수 사익은 막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지주회사에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보유를 허용하면 일감 몰아주기나 편법 승계 등에 악용될 수 있다고 공식 우려를 표명했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벤처회사에 대한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총수 일가가 사익을 편취하거나 편법적 경영 승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대기업 지주회사의 CVC 소유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공정위는 "지주회사의 CVC 소유와 벤처투자 활동이 본래 목적 외에 총수 일가 부의 증식에 악용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지주회사가 타인 자본으로 지배력을 확장하게 될 경우, 기업 지배의 책임성과 투명성 확보라는 지배구조 개선과 공정경제의 근간을 위협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기업 자금을 통한 벤처투자 확대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되 CVC의 외부자금 조달기능 제한 등 지배구조 악화를 방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대기업 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해도 벤처 투자 확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공정위는 "현재도 대기업의 CVC 설립은 가능하다""지주회사의 CVC 지배를 금지한 것이 대기업 벤처 투자의 핵심적인 제약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CVC를 허용하면 기존의 체제 밖 CVC가 체제 내로 편입되는 효과만 나타날 수 있어 실질적인 벤처투자 확대 효과가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공정위는 정부가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은 대기업 지주회사 CVC 보유 허용 검토 과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국회에 제출하는 업무보고 자료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우려와 반대, 정부는 제한적 투자 허요 입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금산분리 문제를 들어 대기업 지주회사가 CVC를 보유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기업의 소유지배구조가 건전하지 못하고 총수 일가에게 권한이 집중·세습되고 있다""이런 상태에서 금산분리를 완화하면 계열 관계 중소·벤처기업 지원, 무분별한 계열 확장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이미 대기업 지주회사가 CVC를 제한적으로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식화한 만큼 공정위의 이의 제기로 이 과제가 무산될 가능성은 적다.

이에 공정위는 지주회사 CVC 보유를 허용하더라도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복안이다.

 

공정위는 "CVC가 허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며 "계열사 확장과 총수 일가 사익 편취 등을 방지할 수 있도록 CVC 지분 보유, 자금조달·투자처 제한, 타 금융업 겸영 금지 등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재계에서는 공정위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진 않지만 자칫 또 하나의 제약과 규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투자 전문가들은 세계 CVC 투자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어 100조원 규모니 200조 원규모니 하며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우리는 규제 때문에 대기업의 벤처 투자가 발목이 잡혀 있는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스타트업들도 CVC의 투자를 환영한다. 금전적 지원 이외에 투자자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애플 CVC의 투자를 받으면 이 벤처는 애플의 전폭적인 시장 지원이 가능해져 신규 시장 경쟁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대기업 총수의 사익을 걱정하다가 진짜 해야 할 일을 놓치는 것이 과연 옳은가하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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