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현대차 수장 교체, 정몽구→정의선으로

설은주 기자 / 기사승인 : 2020-10-14 08: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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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되면서 3세 경영 본격화

현대차, 이르면 오늘 임시 이사회 열고 회장 선임할 듯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출처=연합뉴스]

 

달이 차면 지고 또 달이 지면 새 달이 뜨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현대차 20년 아성을 지켜왔던 정몽구 체제가 드디어 막을 내리고 아들 정의선 회장 체제가 막을 올리게 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르면 14일 회장직에 오른다.

 

그룹 수석부회장에 오른 지 21개월만으로, 3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하며 첨단 모빌리티 혁신에도 한층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르면 14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 선임할 예정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르면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은 2000년 현대차그룹 회장에 오른지 20년만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 수석부회장은 책임 경영을 강화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돌파와 미래 모빌리티 사업 추진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래 모빌리티와 전기 수소차 사업에 매진할 전망

 

1970년생인 정 수석부회장은 휘문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샌프란스시코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영업지원사업부장을 시작으로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부사장),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 현대모비스 사장 등을 역임했다현대차에서 잔뼈를 키운 셈이다.

 

사실 정 수석부회장에게 현대차그룹 지휘봉을 넘기는 과정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2018914일 현대차 부회장에서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미 이 때 사실상 바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만 해도 현대차에서는 '회장 보필' 역할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작년 3월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고 올해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르며 사실상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정몽구 회장이 7월 중순 대장게실염으로 입원했지만 경영 공백 우려는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았고 후계 체제 구도를 원만하게 굳혀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 수석부회장은 이미 재계 2위그룹 대표로 대외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삼성이재용 부회장과 LG그룹 구광모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만나 경영 협력을 시도하는 등 기존 관행을 벗어난 파격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또 작년 초에는 수소 분야 세계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에 취임했고, 올해 초에는 CES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했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지난해 "미래에는 자동차가 50%가 되고 30%는 개인비행체(PAV),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의 그림을 제시하고 '인간중심 모빌리티' 철학을 세웠다.

 

▲지난 7월 1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수소모빌리티+쇼' 현대차 전시관. 왼쪽부터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세균 국무총리,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제공=현대차]


 

수소차 시장 선도주자로

 

그는 또 전기차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내년을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한 전용 전기차를 선보이며 전기차 판매를 더욱 늘린다는 계획이다.

 

수소 분야 리더십 유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넥쏘 다음 모델을 개발하고 수소전기트럭 양산체제를 갖춰 오는 2025년까지 1600, 2030년까지 25천대 이상의 수소전기트럭을 유럽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정 수석부회장은 투자와 개방형 혁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마침 이날은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가치사슬(밸류체인) 혁신을 위해 현대차그룹이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건립을 본격화한 날이기도 하다.

 

HMGICS는 자동차 주문부터 생산, 시승, 인도, 서비스까지 고객의 자동차 생애주기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을 연구하고 실증하는 개방형 혁신 기지(오픈이노베이션 랩).

 

현대차그룹은 HMGICS를 통해 인간 중심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고객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환경 체계화, 미래 세대를 위한 친환경 비전 달성 등 3가지 전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오른쪽부터)이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SK 공동 제공

 

당면 과제도 만만치 않게 놓였다

 

다만 정 수석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당장 코나 전기자동차 화재 건도 부담이다. 전기차 주력 모델인 코나의 잇따른 화재로 대규모 리콜을 결정했지만 화재 원인과 리콜의 적정성 등을 놓고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견디며 미래 대비를 해야 하는 상황도 힘겹다. 자동차 산업은 테슬라 같은 신생 업체의 등장 등으로 대변혁이 진행 중이다.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시장에서 거대 그룹의 지속 성장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중고차 시장 진출을 놓고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밖에도 지배구조 개편, GBC 완공 등도 남은 숙제다.

 

완성차 업계 전문가들은 후계구도 자체의 완성은 이미 이루어진 것이고 외부적 요인들을 잘 헤쳐 나가는 것이 급선무라며 화석연료 자동차의 몰락 시대에 그의 어깨가 무거워진 점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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