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근무 단축·4000명 지원투입...산재보험·건강검진까지 제시해

손경숙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3 09: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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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4000명 투입으로 완전하고 확실한 택배기사 대책 발표

분류 자동화 늘리고 상생협력기금 100억원으로 긴급생계지원 계획도

▲CJ대한통운 집화터미널. [제공=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경영진들이 통 큰 대책을 들고 나왔다. 택배기사의 연이은 과로사에 대한 대책이다. 진작 나왔다면 좀더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나오고 있지만 확실한 재발 방지책이라는 점에서 기사들의 반응은 괜찮아 보인다.

 

택배 기사들의 연이은 사망에 CJ대한통운이 공개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내놨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서울 태평로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연이은 택배기사 사망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하며 "CJ대한통운 경영진 전원이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 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이 내놓은 재발 방지책은 택배 현장에 별도의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다음 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택배기사들의 작업 시간을 줄일 계획이다

 

현재 CJ대한통운에서 일하고 있는 분류 인력은 1000명으로, 이를 총 4000명 규모로 확대한다는 의미다. 4배나 분류인력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택배 사업에서 분류는 대단히 힘든 작업이다. 막대한 인력이 소요되고 부상도 잦다. 코로나19처럼 전염병이 돌면 가장 취약한 사업장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택배 사업 중에서도 3D 직종이다.

 

앞서 택배 현장에서는 지난달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택배기사 4000명이 업무 시간의 절반을 분류 작업에 쓰는데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며 작업을 거부했다 철회한 적도 있었다.

 

정태영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은 "현재 택배 현장에는 자동분류설비인 휠소터가 구축돼 있어 분류 지원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면 택배기사들의 작업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부문장은 "향후 택배기사들은 오전 업무 개시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시간 선택 근무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면서 "전체 근무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배기사 업무에 포함돼 있던 분류 작업을 제외하면 택배기사들이 받는 수수료가 줄어들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건당 수수료에는 영향이 없다"고 대응했다.

 

또 전문기관의 조사를 통해 성인이 하루에 배송할 수 있는 적정 물량을 산출, 이를 현장에 적용하고, 택배기사 3~4명으로 이뤄진 팀이 업무를 분담하는 '초과물량 공유제'를 도입해 특정 기사에게 부담이 몰리는 일을 막을 계획도 밝혔다. 휠소터의 오분류 문제는 향후 기술 개발을 통해 최소화하기로 했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이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제공=CJ대한통운]

 

연이은 기사 과로사에 대책 총출동

 

한편 CJ대한통운은 최근 논란이 된 산업재해보험 적용 예외 문제에 대한 대책도 함께 제시했다. 정 부문장은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택배기사 산재보험 가입 여부를 조사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기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재보험 적용 예외신청 현황도 주기적으로 점검하겠다""신규 집배점은 계약 시, 기존 집배점은 재계약 시 산재보험 100% 가입을 권고하는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사측의 다짐을 밝혔다.

 

이외에 현행 격년제인 택배기사 건강검진 주기를 1년으로 단축해 비용을 회사가 전액 부담하고, 지원 항목에 뇌심혈관계 검사도 포함시킨다. 복지 정책을 수정 개선함으로써 소속감과 연대감을 넓혀가겠다는 것이다.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있는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관리를 실시하며 근로자 건강관리센터와 협력해 연 3회 방문 상담을 진행한다. 건강 고위험군으로 판단될 경우 회복될 때까지 집배송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물량 축소를 권고하기로 했다.

 

경영진은 또 전체 물량의 90%에 달하는 소형 택배 화물을 자동으로 분류할 수 있는 전용 분류 장비를 추가 마련하는 등 현장 자동화 수준을 높이며 내년까지 1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 기금을 조성해 택배기사 긴급생계지원 등 복지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정씨는 이날 회견에서 전날 새벽 경기도 곤지암센터에서 일하던 운송노동자 A(39)씨가 간이휴게실에서 사망한 데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과로사로 추정이 이뤄지고 있는 택배 노동자는 총 13명으로, 이들 중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는 6명이다.

 

한편 물류, 유통 관련 전문가들은 회사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에도 불구하고 택배 기사들의 구조적인 문제점인 과다한 일감·불균형한 노동·휴식시간의 문제가 풀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특히 기사 1인당 물량을 줄이면 되지 않냐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전문가들은 택배를 전혀 모르는 이들의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택배업 특성상 임금 및 일자리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어 무작정 줄이면 당장 수입이 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택배기사 측과 유통회사 간의 인건비와 물량 소화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점이 나와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다만 이번 경영진의 발표로 어느 정도 갈등은 물밑으로 가라앉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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