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대출권 논란 정치권에서 금융권까지 갑론을박

설은주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5 11: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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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대출이라 볼 수 없고 복지정책이다”

"중금리 대출 필요한 현실의 대안"이라는 견해도

중금리 금융권 사채시장 전전긍긍 눈치보기 극심

▲출처=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던진 기본대출권(장기저리대출보장제도) 어젠다로 정치권부터 금융권까지 온통 갑론을박 시끄러워지고 있다.

 

이 지사는 14일 오전 한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모든 시민이 12% 정도의 낮은 이자율로 일정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기본대출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13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같은 의견을 올렸다.

 

저금리로 빌려 이자만 잘 내면 10, 20년 원하는 만큼 대출을 쓸 수 있게 해주고, 100명 중 15명 정도의 신용 리스크(대출을 못 갚는)에 대해서만 정부가 일정 정도 담보를 해주면 제도를 운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이 지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 당장 이 문제를 짚고 나왔다. 그 정도면 대출이 아니고 복지정책이니 금융권에 부탁하는 것처럼 하지 말고 정책안을 내놓고 국민들 지지를 받아보라는 것이다.

 

전문가 집단은 신용이 낮은 계층에게 싼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못 갚는 경우 정부가 보전해주자는 이른바 '기본대출권' 주장에 기본 금융·금리 원리에 맞지 않아 대출이라고 말할 수 없고, 복지 차원에서 차라리 그냥 돈을 주는 게 낫다는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신용 소외계층을 이대로 버려두기만 할 것인가 하는 여론도 있지만 기본대출권을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정책이라고 왜곡하는 의견도 많다.

 

한편 일각에서는 저금리 대출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기댈 적당한 수준의 중금리 상품이 없는데, 그런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었다.

 

이런 금융 제도는 대출아니야...현실성 이전에 개념부터 틀려

 

하지만 이 아이디어의 취지나 현실성,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공통적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금융 제도는 '대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이것(이 지사의 설명)은 금융 대출이 아니다. 부실이 나면 정부가 다 갚는다는 것인 만큼 그냥 돈을 주는 것과 같다""돈을 빌린 사람이 갚지 않아도 신용불량자가 될 필요도, 책임을 질 필요도 없이 정부가 대신 내준다고 하면 그 돈은 대출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기본대출권 개념은 대출이라기보다 이 지사가 앞서 제안한 기본소득 개념과 더 비슷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복지' 정책으로서 해결할 일에 금융 시스템을 동원하면서 불거질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김소영 교수는 "'불가피한 경우 안 갚아도 된다'는 식이면 결국 아무도 갚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재원만 충분하다면 1000만원의 신용 지원을 해주기보다 그냥 연 200만원씩 5년간 1000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주는 게 낫다""굳이 저신용자 대출 한도와 적정 금리, 부실에 대한 처리 방법 등 모호한 기준을 일일이 복잡하게 만들고 금융 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신성환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아예 정부가 기본소득처럼 돈을 주면 몰라도 대출이라고 이름을 붙여놓고 갚아도 되고, 안 갚아도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복지를 하려면 정부가 세금으로 해야지, 금융을 정책의 수단으로 삼아 금융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면 금융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인호 교수 역시 "금융시장에 참여하기 어려운 계층 중 하나는 참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쌓인 신용이 없는 젊은이고, 또 하나는 돈을 갚기 어려운 연세 많은 분들"이라며 "이런 계층에 대해서는 금융이 아니라 복지로서, 저소득층·영세민 대책을 갖고 접근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저소득신용 계층에 대한 대안 고민 필요

 

그러나 은행 등의 대출 문턱이 너무 높은 저()신용·소득 계층을 위한 대안을 고민했다는 노력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엄상민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본대출권에 대해 "'시장에서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고만 할 수 없다""의도대로 될 것인가는 고민할 문제지만, 사회를 개선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려는 의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출 시장은 저금리 또는 고금리 시장으로 나뉘어있는데 중간 정도 금리(중금리)가 발달하지 않은 상태"라며 "중금리 시장이라도 있어야 저금리가 불가능한 사람들이 고금리까지 가지 않고 돈을 빌릴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기본 경제 체계나 가치관에 대한 시각 차이에 따른 것인 만큼 국민의 공감 정도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대출권은 담보가 없거나 신용도 낮은 사람이 돈을 빌릴 때 높은 금리를 물리고, 아닌 경우 싼 금리로 빌려준다는 기존 금융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결국 모든 사람이 동일한 금리를 적용받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옳고 그름을 얘기하기 전에 이것은 기존 금융시장과 자본주의 이자율 차이의 원리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얘기인 만큼 반대편과 생각의 거리를 좁히기 어려울 것"이라며 "새 기준이 성립되려면 이런 생각(평등한 금리)을 국민들이 공통적 가치관으로서 '괜찮다'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기본대출권이 효과를 보기 위해 이자율 10% 제한, 불법사채무효화 정책을 함께 제안했다. 현재 가계 부채가 심각한 만큼 이자율을 제한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자율 제한을 급격하게 진행하면 불법사금융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금융원은 이래저래 긴장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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