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올라 대출 늘어나는데...적반하장 신용대출 규제

손경숙 기자 / 기사승인 : 2020-11-16 09: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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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發 신용대출 규제에 반응도 두 쪽, 온통 논란만

"집값 잡는데 긍정적" vs "무주택자 피해 우려"

전문가들 대부분은 한결같은 우려 표명

▲출처=연합뉴스

 

그 전에야 어쨌든 간에 지금 부동산과 관련하여 신용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심각하게 오른 부동산 가격이나 전셋값 때문에 신용대출을 받아 이를 메우려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이를 거꾸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는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3일 정부가 내놓은 '가계대출 관리방안'과 관련해 가계대출 관리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대출 규제 강화로 무주택자 등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는 등 부동산 시장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달 30일부터 연 소득 8000만원 초과자의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넘는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비은행권은 60%)를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DSR 40% 규제를 개인별로 적용하고 있는데, 여기에 신용대출 총액 1억원 기준을 신설한 것이다.

 

아울러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 초과인 차주가 1년 안에 규제지역에서 집을 사는 경우 해당 신용대출을 회수하기로 했다.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로 부동산 대책을 썼는데, 신용대출로 갭 투자 여력이 넓어진다면 규제의 의미가 없어진다""이번 대책은 부동산 투자를 겨냥한 규제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인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소득자의 1억원 이상 대출은 주택구입용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대책으로 보인다""여러 규제에도 불구하고 풍선효과로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것에 대응한 추가대책으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번 대책으로 집값이 잡히지는 않겠지만, 서울 강남권 등 선호 지역에서 소수의 고소득자가 신용을 바탕으로 집을 구매하는 행위가 전체 시장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은 작지 않다"고 첨언했다. 투기 수요를 잠재운다는 면에서 의미있는 조차리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규제의 부작용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자금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에 대한 성격 판단이 중요하다. 정부는 상당수 투기 세력으로 파악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대출 규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가계 부채 문제와 금융 건전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중저가 주택이라도 한 채 구매하려는 무주택자의 신용대출까지 막을 수 있어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함 랩장은 "결국 주택구입할 때 신용대출을 이용하지 말라는 건데, 지금 신용대출을 받아 집 사는 사람의 상당수는 다주택자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용대출을 받는 이들을 보는 시각이 이렇게 다르다는 것은 정부의 조사 노력에 부족한 면이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전세 품귀로 전셋값이 뛰면서 중저가 주택에까지 가격 상승 압박이 가해지자 불안을 느낀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는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를 채워 대출을 받아도 모자란 금액은 상당수가 신용대출로 12억원을 조달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함 랩장은 "상환 가능한 범위에서 신용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에 활용하려 하는데, 정부가 신용대출 규제로 이걸 무조건 막으려는 게 능사인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도 "가계대출 증가나 부실 문제를 관리하는 건 필요하지만, 지금은 집을 사려 해도 집값이 너무 올라 주택담보대출로는 해결이 안 되는 경우 신용대출로 보태고 있는데, 대출을 옥죄면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를 활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무주택자들이 필요해서 받는 신용대출을 주택구매와 연결 지어 회수까지 한다는 건 억울한 사례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전세난에 밀려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결국 이렇게 되면 현금이 있는 사람만 집을 사라고 하는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안에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회피를 위해 집을 내놓더라도 현금 부자가 아닌 일반 가구들은 이걸 사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도 "주택담보대출이 안돼 신용대출이라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려는 무주택자의 불만이 예상되는 등 부동산 시장에도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 부장은 "기존에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아 주택을 구입한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건지 등 세부 적용 방법에 대해서도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를 위해 금융 규제 카드를 쓰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부동산 규제를 위해 금융을 지나치게 건드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대출이 늘어나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올라 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인데, 당국이 인과관계를 반대로 파악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이 되어버린 대출 규제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몰고 올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그럼에도 부동산 대책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법이 한결같이 서두르는 측면이 보인다는 지적에 정부도 겸손해져야 할 것이라는데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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